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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들은 아름답다 봄이 가시는 거리에서 비와 바람이 꽃비(花雨)를 만들어냈다. 봄의 말미, 나무의 나이가 많든 적든 겹이든 홑이든 아담한 송이 흩어져 날리는 꽃잎 참말 이쁘다. 작은 꽃들은 큰 거리에선 무더기로 어떤 풀숲에선 다소곳한 존재로 앉았다가 참말 곱고 얌전하게 스스로를 허물어낸다. 덩치있는 화려한 꽃들이 만개 후 낙화되는 추잡함이 도무지 없다. 2019. 4. 27.
낙조 일출의 뜨거움을 어찌 모르랴! 그 일제히 일어서는 함성에 어찌 귀 닫을 수 있겠나! 허나 그에 못지 않게 낙조를 동경한다. 자리를 비우고 제 때 저물줄 아는 찬란함- 서서히 자신을 허물고 떨어지는 농익은 낮춤을! 그로써 낙조는 지구 반대편 또 다른 일출로 부활하나니... 2019. 4. 27.
다리 아픈 길 매끈하게 잘 닦인 아스팔트나 데크로 입힌 공원 산책로보단 잔돌맹이 깔린 길옆 잎 새 마다 빗방울 인 싱그런 풀 섶 낀 비포장로, 비갠 뒤 웅덩이 패어 괸 물에 하늘 구름 비치는- 다소 다리 아픈 길을 만나고 싶다. 2019. 4. 27.
느루하게 모름지기 여행이란 맺히고 묶인 것, 매인 것을 헤처 푸는 여유를 향한 갈망이다. 하여 느루('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이란 순 우리말)한 여정을 꿈꾸기 마련. 내겐 간편한 손가방 하나와 타이프라이터(흠-고전적이네!) 하나면 부족할 것이 없다. 2019.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