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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갓:햇살의 눈부심을 막고 멀리 보기 위해 손을 이마에 붙이는 행동

조선시대 영어교재 사전겸용- 아학편(兒學編)

by sapum 2022. 3. 7.

저자 : 정약용이 만들고 지석영이 덧붙이다

베리북-아학편 : 앞표지
베리북-아학편 : 뒷표지

 

이 책은 보자마자 예뻐서, 정말 예뻐서 사버렸다.

띠지에 있는 핫한 카피도 한몫을 했다.

베리북-아학편 : 띠지에 있는 매력적인 한글의 영어발음 표기
베리북-아학편 : 뒤편 띠지의 카피문구

 

전통제본 방식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는 페이지 배열과

오랜만에 보게 되는 세로읽기도 매력적이다.

 

출판사명인 베리북19세기 식 한글로 표기했는데, 난 바로 이 글자들이 몹시 예쁘다.

베리북-아학편 : 1판 6쇄

 

발음기호가 따로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어떠한 발음도 기가 막히게 표현 가능한 우리 한글의 우수성’
-아학편 ‘베리북 편집팀’서문 발췌-



 

을 유감없이 체험할 수 있다.

 

베리북-아학편 : 발음 비교 표
베리북-아학편 : 본문

한자와 중국어(사성 발성표가 표기된), 영어와 일본어 발음을 함께 학습할 수 있다. 나아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 자모에 비해 퍽 넓은 범위를 표현할 수 있는 자모들이 사장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던 차, 이 책은 그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으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

 

2년 전에 사두고 책장에 꽂아 둔 책이 아니라 책상 위에 노트들과 함께 두고 펼쳐보곤 했는데, 글씨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컴퓨터와 휴대폰의 자판을 사용하다보니 글씨체가 나도 모르게 엉망이 되어서, 어쩌다 황급히 적어둔 메모 글씨를 나조차 해독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을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한글의 글씨체뿐 아니라 한자와 영어도 흉내 내듯 따라 쓰다보면 한결 다듬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군다나 제본이 전통제본방식이라서 펼침성이 노트에 버금간다는 매력이 하나 더 있기에 정말 유용한 책이다.

 

[베리북]아학편의 별미는

참고 라는 페이지를 열어 따로 설명한 아학편 서문을 쓴 민병석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인 까닭에 그가 쓴 서문을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 끝에 원본의 취지를 살려 원문 그대로 출판하면서 이에 대해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다산이 강진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한자 학습서를 편찬하면서 천자문을 보완하여 2천자를 수록한 것에 후에 주석을 달고 한국어, 중국어, 영어, 일본어를 함께 넣어 대조한 책으로 1908년에 출간한 것이 지석영본이다. 바로 이 책자 본에 대한 서문을 민병석이 쓴 내용 중에 아래와 같은 문장이 있다.

 

몽학(蒙學)이 처음 글자를 배울 무렵에 도움 되는 것이 참으로 긴요하고, 숙유(宿儒)와 석학(碩學)도 그만두지 못할 것이니 이 어찌 천하에 지극한 보배가 아니겠는가.”

 

몽학(蒙學)이란 옛말이 시야에 확 들어왔던 까닭이다. 연이어 따라오는 몽학훈장(蒙學訓長)이란 호칭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처음 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재로 만든 책에 주석들이 더해지면서 마치 사전과 같은 기능을 겸하게 되었다.

 

이 책으로 공부하는 나는 마땅히 몽학(蒙學)’중이다.

 

성서에도 몽학(蒙學)의 단계로 표현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그리스도 이전에 주어진 율법이다.

 

이같이 율법이 우리를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몽학(蒙學)선생이 되어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믿음이 온 후로는 우리가 몽학(蒙學)선생 아래 있지 아니하도다.”-갈라디아서 3:24,25-

 

이에서 머물지 않고, 숙유(宿儒)와 석학(碩學)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치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로마서 13:10-

 

시간 있을 때마다 글씨연습을 하며 열어보는 아학편의 글씨를 본으로 따라 적으며 삐뚤빼뚤한 내 서체를 다잡는 것처럼, 나의 마음과 됨됨이를 다잡아 주는 경전인 성서의 한 구절도 마음에 새겨본다.

 

로마서 13:8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