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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영 아나운서가 엮은 시집 『그대가 어느새 내 안에 앉았습니다』

by sapum 2022. 3. 31.

#이숙영아나운서 의 목소리는 참 낭창낭창하다. 그가 진행하던 아침 라디오프로그램(SBS이숙영의 파워FM)은 출근길 (특히 남성)애청자들을 많이 보유한 장수 프로그램으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될 정도이다. 인기의 비결 중 으뜸이 바로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애청자 중 하나가 바로 나의 셋째 오빠였으니 말이다.

 

바로 그 이숙영 아나운서가 엮은 시집이 바로 #그대가어느새내안에앉았습니다 이다. 그이다운 발상으로 #커플시집 (詩集)이다. 빨강 색과 파랑 색으로 된 세트다. 커플링, 커플티 등등이 있지만 커플 시집이라니 참말로 그가 좋아하는 표현대로 말랑말랑한 사고에서 나온 기발한 발상이다.

그대가 어느새 내 안에 앉았습니다 -- 이숙영이 엮은 시집 앞면

 

그대가 어느새 내 안에 앉았습니다 -- 이숙영이 엮은 시집 - 뒷면

  

그대가 어느새 내 안에 앉았습니다 -- 이숙영이 엮은 시집 - 엮은이 인사말

  

 

그대가 어느새 내 안에 앉았습니다 -- 이숙영이 엮은 시집 /  펴낸곳 - 나무생각 /  재판  9 쇄  2000 년  12 월  23 일 본

 

세상에 그토록 많은 시집(詩集) 속의 시들 중에 이숙영의 간택을 받은 시들은 모두 4개의 꼭지에 다음과 같은 목차로 놓여있다.

 

목차

 

책머리에

 

1. 긴 모가지의 당신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

유월이 오면 / 도종환

엽서, 엽서 / 김경미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바다가 내게 / 문병란

빗물 같은 정을 주리l/ 김남조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사랑 / 안도현

사냥 / 국효문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갈대 / 신경림

 

2. 은밀한 그리움

 

편지 / 김남조

가을 문안 / 김종해

사모 / 조지훈

이미지들 / 김정란

사랑을 위한 노래 / 김승희

아침 식사 / 자크 프레베르

결혼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하

그대는 별인가 / 정현종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 양애경

복종 / 한용운

사랑의 힘 / 최영미

빈집 / 기형도

 

3.천국 같은 애인아. 지옥 같은 애인아

 

행복 / 유지환

꽃피는 시절 / 이성복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그가 영혼이라고 말했을 때 / 황인숙

레인 피플 / 김혜순

창밖은 오월인데 / 피천득

잊자 / 장석주

사라의 편지 / 강수철

키 큰 남자를 보면 / 문정희

고독 / 문정희

/ 김춘수

나의 마을을 위해서라면 / 파블로 네루다

그대를 위하여 / 안도현

 

4.내 가슴속 슬픈 짐승 하나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 정해종

해남 길, 저녁 / 이문재

병상우음 1 / 구상

사랑을 위한 각서 12 / 강형철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가을에는 / 최영미

터키석 반지 / 문정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 최승자

산안개 / 류시화

뜻깊은 인생이라고 속삭여 줘 / 신현림

잃어버려야 할 것을 찾아서 / 원재훈

우리들이 달려가는 비포장 지방도로 / 박상천

그대 잘 가라 / 도종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순례의 서 / 오규원

날개 / 고정희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 장석남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보이지 않는 정 / 김주덕

() / 파블로 네루다

 

4개의 꼭지에 붙인 이름표를 보노라면 그의 서점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케 된다. 각 시 옆에 그만의 톡톡 튀는 코멘트를 달아두었는데 마치 그의 아침 방송을 듣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중 하날 소개해본다.

 

<그대 잘 가라 도종환->의 시에 관한 그녀의 감상이다.

영원한 이별을 겪은 사람에게는 이 시가 곧 뼈아픈 상처가 된다. 그 누구도 언젠가는 헤어진다.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것이 생각할수록 무섭고 무섭다. 잊고 살아야지. 잊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든, 아니면 나같이 술 못 마시는 사람은 사람에 도취돼 살아야 하는 것...

 

여기서 내가 밑줄 그은 부분은 바로

잊고 살아야지. 잊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든, 아니면 나같이 술 못 마시는 사람은 사람에 도취돼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나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절판되었고 인터넷 서점을 뒤져보니 중고는 판매되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향수를 선물하는 일 만큼이나 조심스럽고 개인적인 일이라 어려울 수 있는데, 가장 부담이 적은 것이 바로 시집이 아닐까 싶다.

 

봄 햇살이 볼을 간질이고 등 따숩게 데워주는 삼월 마지막 주 중반에 한 박자 쉬는 시공간에서 시 한편, 혹은 마음에 꽂히는 한 행을 음미하는 날로 안내하기 매우 유려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