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영아나운서 의 목소리는 참 낭창낭창하다. 그가 진행하던 아침 라디오프로그램(SBS이숙영의 파워FM)은 출근길 (특히 남성)애청자들을 많이 보유한 장수 프로그램으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될 정도이다. 인기의 비결 중 으뜸이 바로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애청자 중 하나가 바로 나의 셋째 오빠였으니 말이다.
바로 그 이숙영 아나운서가 엮은 시집이 바로 『 #그대가어느새내안에앉았습니다 』이다. 그이다운 발상으로 #커플시집 (詩集)이다. 빨강 색과 파랑 색으로 된 세트다. 커플링, 커플티 등등이 있지만 “커플 시집”이라니 참말로 그가 좋아하는 표현대로 ‘말랑말랑’한 사고에서 나온 기발한 발상이다.
세상에 그토록 많은 시집(詩集) 속의 시들 중에 이숙영의 간택을 받은 시들은 모두 4개의 꼭지에 다음과 같은 목차로 놓여있다.
목차
책머리에
1. 긴 모가지의 당신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
유월이 오면 / 도종환
엽서, 엽서 / 김경미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바다가 내게 / 문병란
빗물 같은 정을 주리l라 / 김남조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사랑 / 안도현
사냥 / 국효문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갈대 / 신경림
2. 은밀한 그리움
편지 / 김남조
가을 문안 / 김종해
사모 / 조지훈
이미지들 / 김정란
사랑을 위한 노래 / 김승희
아침 식사 / 자크 프레베르
결혼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하
그대는 별인가 / 정현종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 양애경
복종 / 한용운
사랑의 힘 / 최영미
빈집 / 기형도
3.천국 같은 애인아. 지옥 같은 애인아
행복 / 유지환
꽃피는 시절 / 이성복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그가 ‘영혼’이라고 말했을 때 / 황인숙
레인 피플 / 김혜순
창밖은 오월인데 / 피천득
잊자 / 장석주
사라의 편지 / 강수철
키 큰 남자를 보면 / 문정희
고독 / 문정희
꽃 / 김춘수
나의 마을을 위해서라면 / 파블로 네루다
그대를 위하여 / 안도현
4.내 가슴속 슬픈 짐승 하나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 정해종
해남 길, 저녁 / 이문재
병상우음 1 / 구상
사랑을 위한 각서 12 / 강형철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가을에는 / 최영미
터키석 반지 / 문정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 최승자
산안개 / 류시화
뜻깊은 인생이라고 속삭여 줘 / 신현림
잃어버려야 할 것을 찾아서 / 원재훈
우리들이 달려가는 비포장 지방도로 / 박상천
그대 잘 가라 / 도종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순례의 서 / 오규원
날개 / 고정희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 장석남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보이지 않는 정 / 김주덕
시(詩) / 파블로 네루다
총 4개의 꼭지에 붙인 이름표를 보노라면 그의 서점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케 된다. 각 시 옆에 그만의 톡톡 튀는 코멘트를 달아두었는데 마치 그의 아침 방송을 듣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중 하날 소개해본다.
<그대 잘 가라 –도종환->의 시에 관한 그녀의 감상이다.
영원한 이별을 겪은 사람에게는 이 시가 곧 뼈아픈 상처가 된다. 그 누구도 언젠가는 헤어진다.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것이 생각할수록 무섭고 무섭다. 잊고 살아야지. 잊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든, 아니면 나같이 술 못 마시는 사람은 사람에 도취돼 살아야 하는 것... |
여기서 내가 밑줄 그은 부분은 바로
“잊고 살아야지. 잊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든, 아니면 나같이 술 못 마시는 사람은 사람에 도취돼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나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절판되었고 인터넷 서점을 뒤져보니 중고는 판매되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향수를 선물하는 일 만큼이나 조심스럽고 개인적인 일이라 어려울 수 있는데, 가장 부담이 적은 것이 바로 시집이 아닐까 싶다.
봄 햇살이 볼을 간질이고 등 따숩게 데워주는 삼월 마지막 주 중반에 한 박자 쉬는 시공간에서 시 한편, 혹은 마음에 꽂히는 한 행을 음미하는 날로 안내하기 매우 유려한 책이다.